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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어디서부터가 꿈이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거든요. 전건우 작가의 신작 《굿나이트메어》는 디지털 치료제(DTx)라는 현실 속 기술을 배경으로, 치료와 공포의 경계가 얼마나 얇은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유령도, 살인마도 없는데 읽는 내내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 이게 정말 치료일까요?
소설을 읽기 전에 디지털 치료제(DTx, Digital Therapeutics)라는 개념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여기서 DTx란 소프트웨어·앱·콘텐츠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디지털 기반 의료 행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알약 대신 앱이 처방되는 시대가 이미 열리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 FDA는 2017년 약물 중독 치료용 DTx를 최초 승인했고,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DTx 허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제도권 안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소설 속 힙노스는 이 DTx의 연장선에 있는 앱입니다. 우울증·공황장애를 앓는 임상 참가자들에게 '치유의 소리'를 들려주며 도파민(Dopamine) 분비를 유도합니다. 도파민이란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해 쾌감과 의욕을 만들어내는 신경전달물질인데, 소설 속 연구진의 그래프에는 힙노스를 사용할 때 분비되는 도파민 수치가 눈에 띄게 높게 나타납니다. 행복감과 안정감이 생기고, 희망을 품을 의지까지 생긴다고 하니 처음엔 완벽한 치료제처럼 보입니다.
제가 이 설정에서 가장 서늘함을 느낀 건 사실성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마음건강 앱을 써본 경험이 있는데, 명상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면 실제로 기분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힙노스가 완전한 허구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소설의 공포는 배가 됩니다. 이게 치료인지, 조작인지 경계가 흐릿해지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 공포입니다.
그런데 힙노스 임상 참가자들은 하나둘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상한 건 표정입니다. 죽음을 맞이한 순간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는 것. 조건 반사적 행복감, 즉 자극에 대한 비자발적 정서 반응이 죽음의 순간까지 지속된 것인지, 아니면 그 죽음 자체가 그들에게 '천국'이었던 것인지 — 소설은 그 답을 쉽게 내어주지 않습니다.
- DTx(디지털 치료제): 앱·소프트웨어로 질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의료 행위. 이미 현실에서 제도화 진행 중
- 힙노스: '치유의 소리'를 통해 도파민 분비를 유도하는 가상의 DTx 앱. 임상 참가자들에게 극단적 행복감을 제공
- 공포의 핵심: 치료와 조작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그 기술이 지금 당장 현실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반전결말, 어디서부터 꿈이었을까요?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몰입했던 구간은 역설적으로 가장 '잘 풀리는' 후반부였습니다. 주인공 최강우가 힙노스의 진실을 파헤치고, 오랫동안 무명이었던 프리랜서 기자 신분에서 벗어나 올해의 기자상을 수상하는 장면. 제가 읽으면서 느낀 감정은 뿌듯함이 아니라 불안감이었습니다. '이게 너무 잘 풀리는데?'라는 의심이 머릿속에서 슬며시 고개를 들었거든요. 그리고 그 불안은 정확히 현실이 됐습니다.
소설의 반전은 소위 인셉션(Inception) 구조, 즉 꿈 속에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삶을 이어가는 서사 장치를 활용합니다. 여기서 인셉션 구조란 독자나 주인공이 어느 시점부터 현실과 환상이 뒤바뀌었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서술 기법을 말합니다. 영화 매트릭스와 유사한 '가짜 현실' 구조이지만, 《굿나이트메어》가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매트릭스는 빨간 약과 파란 약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지만, 힙노스는 선택하기 조차 쉽지 않습니다. 최강우는 꿈인지 모른 채 꿈 속을 살다가 최고의 행복에 중독되어 제정신으로 선택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컬트(Occult)적 해결을 기대했던 저로서는 이 결말이 꽤 의외였습니다. 오컬트란 초자연적·신비주의적 설명 방식을 뜻하는데, 소설 후반부는 귀신이나 저주 대신 자본주의 논리와 임상 데이터, 제약사의 출시 압박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메커니즘으로 공포를 해체합니다. 이 선택이 또 다른 반전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사실이요.
실제로 국내 우울증 유병률은 꾸준히 상승 중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울증 진료 인원은 약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런 현실 속에서 '부작용 없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실제로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힙노스는 단순한 소설 속 장치가 아니라, 지금 당장 누군가가 개발하려 할 수 있는 기술처럼 읽힙니다.
제 경험상 이런 결말이 오래 남는 이유는 질문을 독자에게 돌려주기 때문입니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버티는 것과, 천국 같은 꿈 속에서 눈을 감는 것. 최강우가 꿈을 선택한 이유가 어느 정도 납득이 갔습니다. 그리고 그 납득이 드는 순간, 이 소설은 진짜 공포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굿나이트메어 스포 없이 읽어야 하나요?
A. 반드시 스포 없이 읽으시길 권합니다. 이 소설의 핵심은 '언제부터가 꿈이었는가'를 독자가 직접 감지해내는 과정에 있습니다. 후반부의 불안감이 스스로 쌓여야 반전의 충격이 제대로 작동합니다. 미리 결말을 알면 그 긴장감이 절반 이하로 떨어집니다.
Q. 디지털 치료제(DTx)가 실제로 있는 건가요?
A. 네, 실제로 존재합니다. DTx는 이미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제품이 있고,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허가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소설 속 힙노스는 현실의 DTx 기술을 극단적으로 상상한 것이라, 읽다 보면 허구와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Q. 공포 소설 장르를 잘 못 읽는데 굿나이트메어도 무서운가요?
A. 점프스케어식 공포는 거의 없지만, 자살묘사가 조금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행인건 몇장면 없습니다. 대신 심리적 불안감이 천천히 쌓이는 방식입니다. 제가 직접 읽어보니 무섭다기보다 '이게 현실일 수도 있겠다'는 찜찜함이 더 강하게 남았습니다. 심리 스릴러에 익숙하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수위입니다.
결론
《굿나이트메어》를 읽고 난 후, 제가 한동안 붙들고 있었던 질문이 있습니다. 개똥밭을 구르더라도 현실이 낫다고들 하는데, 저라면 정말 그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소설은 그 질문에 쉬운 답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강우의 선택이 이해된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서늘한 결말입니다.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고, 반전 이후에도 생각이 이어지는 소설을 찾는 분께 권합니다. 단, 반드시 스포 없이 읽으셔야 합니다. 읽는 내내 쌓이는 그 불안감이 이 책의 진짜 본문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