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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지의 데뷔작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일본에서 출간 즉시 30만 부를 돌파하고 한국에 상륙한 이 책의 정체를 제가 직접 읽으면서 느낀 대로 풀어보겠습니다.
모큐멘터리란 무엇인가, 그리고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
혹시 "모큐멘터리(Mockumentary)"라는 장르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모큐멘터리란 허구의 이야기를 마치 실제 다큐멘터리처럼 연출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즉, 꾸며낸 이야기임에도 인터뷰 영상, 문서 자료, 증언 형식을 빌려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로 쓰이던 이 기법을 소설에 이식했다는 점이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는 잡지 기사, 인터넷 커뮤니티 글, 목격자 인터뷰, 독자 제보 등을 시간 순서와 무관하게 나열하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제가 직접 읽어보니 초반에는 솔직히 "이게 뭐지?" 싶었습니다. 맥락 없이 툭툭 던져지는 조각들이 조금 어지럽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읽다 보면 이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의 소름이란 이루 말하기 어렵습니다.
작가 세스지는 2023년 1월부터 일본의 소설 창작 사이트 '가쿠요무'에 이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석 달 만에 조회수 1,400만을 돌파했고, SNS에서는 "이거 진짜 아니야?"라는 반응이 폭발했다고 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저도 그 반응이 충분히 이해됐습니다. 허구임을 알고 읽어도 흔들리는 기분이 드니까요.
맛시로상 놀이, 아이들이 모른 채 전파한 저주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소름이 돋았던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 '맛시로상' 놀이입니다. 어린 시절에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놀이 문화가 있잖습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근원이 어딘지 알 수 없는 놀이들 말이죠. 이 소설은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립니다.
'맛시로상'은 긴키 지방 근처 아파트에 살던 아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퍼진 놀이입니다. 참가자 중 하나가 '맛시로상' 역할을 맡아 여자 아이들을 잡아가고, 남자 아이는 맛시로상을 돕는 방식입니다. 잡힌 여자 아이는 자신의 '대역'을 바쳐야 합니다. 아이들은 이 놀이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냥 규칙대로 놀 뿐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놀이가 저주를 전파하는 매개체였다는 게 나중에 드러납니다. 순수한 아이들이 저주의 전달자가 되는 구조, 그 아이러니가 저는 이 소설에서 가장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세스지 작가가 설정한 저주의 기원을 따라가면, 이 맛시로상이라는 이름 자체도 메이지 시대 실존했던 마사루라는 인물의 이름이 세월 속에 와전된 결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름 하나가 수백 년을 건너 아이들 놀이로 살아남았다는 발상이 단순한 공포를 넘어 섬뜩한 역사성까지 품고 있습니다.
- 맛시로상 놀이의 기원: 메이지 시대 마사루의 이름이 수백 년간 와전
- 놀이 구조: 참가 아이들이 의심 없이 저주의 전파자 역할을 수행
- 공포 포인트: 가장 순수한 존재(아이들)가 가장 위험한 매개체가 되는 역설
세스지라는 작가, 그리고 소설 바깥까지 이어지는 불안감
이 소설을 읽다 보면 한 가지 묘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소설 속 괴담을 취재하고 연재하는 인물의 이름이 작가 본인의 이름과 같다는 점입니다. 바로 '세스지(背筋)'입니다. 현실의 작가 세스지가 소설 속에서도 세스지로 등장해, 실종된 친구 오자와를 찾기 위해 괴담을 모으고 인터넷에 올립니다.
이 설정 덕분에 소설은 단순한 호러물을 넘어 메타픽션적 성격을 띱니다. 메타픽션이란 소설이 소설임을 스스로 의식하거나 작가 자신이 서사 안으로 들어오는 기법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픽션과 현실의 경계를 서사 구조 자체로 허무는 방식입니다. 제가 읽으면서 계속 어딘가 불편하고 찜찜한 감각이 들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책 자체가 혹시…"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더라고요.
특히 마지막에 세스지가 "빨간 여자의 속삭임 대신 이제 소년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말을 남기는 장면은, 저주를 퍼뜨리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한 빨간 여자의 행동과 겹쳐 보입니다. 이 소설의 출간 자체가 저주의 연장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태국 영화 <주(Ju-On)> 계열의 호러가 이야기를 전파하는 행위 자체를 저주의 매개로 삼듯, 이 소설도 독자를 그 구조 안으로 끌어당깁니다.
세스지는 이후 후속작 『입에 대한 앙케트』와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까지 연이어 베스트셀러에 올리며 일본 내에서 차세대 호러 작가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습니다(출처: 교보문고 도서 소개 페이지). 이 한 편의 데뷔작이 그 출발점이라고 생각하면, 세스지라는 작가가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된 서사를 들고 등장했는지 새삼 놀랍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그리고 솔직한 한계
제 경험상 이 책은 읽는 환경이 꽤 중요합니다. 한 번에 몰아서 읽기보다는 짬짬이 나눠 읽는 편이 오히려 잘 맞습니다. 옴니버스 형식, 즉 각각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 구성되면서 큰 이야기로 수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조금 읽고 덮었다가 다시 펼쳐도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짧은 인터넷 글에 익숙해진 분들이라면 오히려 이 리듬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서사의 인과 관계와 흐름을 중시하는 분께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자료들이 의도적으로 시간 순서 없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이게 언제 일어난 일이고 저건 언제 일어난 일인가"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읽어야 합니다. 이 과정 자체가 이 소설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선호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은 솔직히 인정합니다.
'이 호러가 대단해!(このホラーがすごい!)' 2024년 1위를 수상했고, 일본 아마존 SF·호러·판타지 분야 1위를 기록한 이 책은 2025년 실사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출처: 일본 아마존). 영화화가 결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이 분절된 자료 더미 구조가 과연 영상 언어로 어떻게 옮겨질지 궁금했습니다. 책 자체가 주는 "이건 실제 자료다"라는 감각은 종이 매체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해서, 영화판이 그 긴장감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알 것 같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정말 무서운가요?
A. 제가 직접 읽어본 결과, 피가 튀거나 귀신이 덮치는 식의 자극적 공포는 거의 없습니다. 대신 "이게 혹시 실화 아닐까"라는 찜찜함이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는 타입의 공포입니다. 자려고 누웠을 때 문득 생각나는 종류의 무서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모큐멘터리 소설이라서 구조가 복잡하지 않나요?
A. 처음 30~40페이지는 솔직히 맥락 파악이 어렵습니다. 시간 순서 없이 자료가 나열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가면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하고, 그 순간부터는 오히려 빠르게 읽히게 됩니다. 초반의 혼란을 견디면 충분히 보상받습니다.
Q. 호러를 잘 못 읽는데 이 책도 괜찮을까요?
A.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묘사 자체는 거의 없습니다. 공포의 방식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백"에 기댄 구조라서, 호러에 익숙하지 않은 분도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밤에 혼자 읽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Q.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영화화는 언제인가요?
A. 2025년 일본에서 실사 영화 개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화 연재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 원작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작 소설의 감각이 영상에서 얼마나 살아남을지 궁금합니다.
결론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한동안 "내가 지금 이 소설을 읽었다는 것 자체가 저주의 일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작가 세스지가 의도한 설계라는 걸 알면서도요. 모큐멘터리 호러라는 장르가 이렇게 소설 형식으로 완성될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한 책이었습니다.
서사의 흐름보다 분위기와 감각을 즐기는 독자, 혹은 공포의 방식이 다른 호러를 찾고 있는 분께 추천합니다. 영화화도 앞두고 있으니, 원작을 먼저 읽어두면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입니다. 단, 밤 12시 이후에 혼자 읽는 건 제가 경험상 비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