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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그냥 지나쳤습니다.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라니, 너무 자극적인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1993년생 한국계 작가 모니카 김의 데뷔 소설이 브램 스토커상을 수상하고 《타임》 100대 필독서에 이름을 올린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녁 식탁에서 시작된 이야기 — 이 소설의 배경

밥상에서 누군가가 생선 눈알을 꺼내들 때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모니카 김 작가는 바로 그 장면에서 이 소설을 시작했습니다. 한국 가정의 저녁 식탁이라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에서 공포가 싹튼다는 설정이 기묘하게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소설의 첫 문장은 "엄마는 항상 눈알이 제일 맛있는 부위라고 말했다"입니다. 작가 본인의 실제 어린 시절 기억에서 따온 이 한 줄이 해외 독자들을 뒤흔들었다고 하는데, 저는 이 문장이 한국인에게도 또한 충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선 통째로 구워내던 엄마, 젓가락으로 눈알을 쏙 빼내던 그 능숙한 손놀림. 그게 공포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걸 이 소설은 증명해 냅니다.

소설이 본격적으로 쓰이게 된 계기는 2021년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었습니다. 아시아 여성 여섯 명이 마사지 업소에서 살해된 이 사건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급증한 아시아인 혐오 범죄의 정점이었습니다. 작가는 그 분노를 소설 안에 녹여냈고, 그 결과물이 브램 스토커상(Bram Stoker Award)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브램 스토커상이란 영어로 쓰인 호러 소설 중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작품에 수여하는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호러 장르에서는 사실상 최고 영예에 해당합니다. 데뷔 소설로 이 상을 받는 건 굉장히 드문 일입니다.

  • 브램 스토커상 수상 (2024, 데뷔 소설 부문)
  • 셜리 잭슨상(Shirley Jackson Award) 최종 후보 선정
  • 《타임》 100대 필독서, 《뉴욕타임스》 올해의 호러소설 선정
  •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굿리즈 올해의 호러소설·데뷔소설 후보
  •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의 그레타 리가 감독을 맡아 영화화 예정
요약: 작가 자신의 식탁 기억과 아시아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분노가 결합된 이 소설은, 데뷔작으로 브램 스토커상을 수상하며 영미 문단에 강렬하게 등장했습니다.

K-호러가 건드리는 것 — 눈알 집착의 실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는 계속 한 가지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주인공 지원이 정말 눈알을 원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원하는 건가?

줄거리를 간단히 짚고 가자면, 아빠가 집을 나간 뒤 무너진 가족 안에서 장녀 지원은 엄마의 기운을 북돋우려고 생전 처음 생선 눈알을 먹습니다. 그날 밤부터 눈알로 가득한 꿈을 꾸기 시작하고, 엄마가 새로 만난 백인 남성 조지의 푸른 눈에 설명 불가능한 집착을 느끼게 됩니다. 이 집착은 단순한 관심이 아닙니다. 그의 눈을 직접 입에 넣고 싶은 충동, 살인 직전까지 몰고 가는 욕망입니다.

제가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눈알을 씹고 삼키는 감각 묘사가 꽤 세밀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속이 살짝 울렁거리면서도 손을 놓지 못했습니다. 죄책감과 기묘한 해방감이 동시에 밀려오는 그 감각이 독특했습니다. 이게 바로 이 소설이 구현하는 그로테스크의 힘입니다. 그로테스크란 혐오스럽고 기괴한 요소를 통해 독자가 억압해온 감정이나 욕망을 건드리는 문학적 기법을 말합니다. 단순히 무섭게 만들려는 게 아니라, 불편한 감정을 직접 마주하게 하는 것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손톱을 바짝 잘라내는 습관이 있습니다. 왜 그러는지 스스로도 이유를 모릅니다. 지원의 눈알 집착이 처음엔 황당하게 보였는데, 돌이켜보면 그 감각이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감당 불가한 상황에 몰렸을 때 엉뚱한 것에 집착하게 되는 경험, 저만 그런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은 이 집착을 아시아 여성에 대한 페티시즘과 교묘하게 연결합니다. 페티시즘이란 특정 대상이나 이미지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강한 욕망이나 집착을 가지는 심리를 말합니다. 조지라는 백인 남성 캐릭터는 아시아 여성만 선호하며, 지원의 친구 제프리는 그녀에게 젓가락을 선물합니다. 배려처럼 보이는 이 행동 안에 얼마나 노골적인 고정관념이 깔려 있는지, 소설은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출처: 뉴욕타임스는 이 소설을 두고 "여성혐오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아시아인 대상 페티시즘과 고정관념을 탐구한다"고 평했습니다.

요약: 눈알 집착은 단순한 공포 장치가 아니라, 아시아 여성에게 씌워진 왜곡된 시선과 억압된 분노를 그로테스크 기법으로 풀어낸 서사적 장치입니다.

흡인력 뒤에 남는 아쉬움 — 이 소설을 어떻게 읽을까

솔직히 이 소설 읽는 내내 "지원이 어디까지 가나 보자"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그 심리가 저를 끝까지 이끌었고, 지원은 결국 조지에게 복수를 완수하고 아버지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소설이 끝납니다. 제가 직접 읽어봤는데, 이 속도감과 흡인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납득 가능한 맥락을 갖추고 있고, 이야기가 한 순간도 느슨해지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읽으면서 계속 마음에 걸린 부분이 있었습니다. 지원의 살인 방식이 너무 허술한데 어째서 들키지 않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이게 사실 모두 지원의 내면에서 벌어진 상상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내내 들었습니다. 소설은 지원이 현실과 환각을 구분하지 못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거든요. 마지막에 뇌 종양 제거 장면이 살짝 등장할 때 잠깐 '아, 종양 때문에 집착한 건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정말 본능적인 복수 욕망이었던 거죠.

이 지점이 저는 개인적으로 약간 아쉬웠습니다. 연쇄 살인이 이렇게 깔끔하게 풀릴 수 있는가에 대한 개연성이 조금 더 보완되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다만 이 불확실성 자체가 의도된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비신뢰적 화자를 활용하는 기법, 즉 독자가 서술자의 인식을 온전히 믿을 수 없도록 만들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릿하게 유지하는 서술 방식으로 읽히기도 하거든요.

호러 장르가 최근 이렇게 다시 주목받는 이유가 뭘까요? 출처: TIME이 이 소설을 100대 필독서에 포함시킨 맥락을 생각하면, 지금 이 시대가 얼마나 많은 불안을 안고 있는지가 느껴집니다. 전쟁, 기후 위기, 정치 양극화, 팬데믹. 이 모든 것이 쌓인 시대에 호러 장르는 우리가 억눌러온 공포를 안전하게 표출하는 카타르시스적 기능을 합니다. 카타르시스란 감정적 긴장이나 억압된 감정을 예술을 통해 해소하는 심리적 정화 작용을 말합니다. 이 소설이 전 세계 독자에게 먹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요약: 압도적인 속도감과 캐릭터 완성도를 갖췄지만, 살인의 개연성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만 비신뢰적 화자 기법으로 읽으면 그 허점 자체가 의도된 장치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 호러 소설인데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A. 제가 직접 읽어보니 잔인한 묘사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단순한 고어 소설과는 결이 다릅니다. 폭력보다는 주인공의 심리와 집착의 변화가 중심이고, 잔인한 장면은 오히려 그 감정의 방출구로 작용합니다. 불편하지만 읽기를 멈출 수 없는 소설이라는 평이 많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Q. 브램 스토커상이 뭔가요? 얼마나 권위 있는 상인가요?

A. 브램 스토커상은 공포 소설의 거장 브램 스토커의 이름을 딴 상으로, 미국공포작가협회(HWA)가 매년 영어로 쓰인 호러 작품에 수여합니다. 호러 장르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꼽히며, 데뷔 소설 부문에서 이 상을 받는 건 상당히 드문 일입니다.


결론

이 책은 속도감, 캐릭터, 주제 의식, 어느 하나 허술한 게 없었습니다.

개연성 부분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지만, 데뷔 소설이라는 걸 감안하면 모니카 김이라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진짜 기대됩니다. 호러 소설을 즐기지 않는 분이라도, 아시아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나 이민 가정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손에 잡아볼 만한 소설입니다. 첫 문장만 읽어보시면 결정이 설 겁니다.

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9647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