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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게 책이 맞나?"였습니다. 가로 8.6cm, 세로 16.5cm. 손 안에 쥐어지는 크기가 딱 스마트폰이었거든요. 치넨 미키토의 『스와이프 엄금』은 책의 물리적 형태부터 독서 경험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으려는 실험작입니다. 그 실험이 성공했는지, 저는 직접 읽고 나서야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모큐멘터리 형식, 소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

『스와이프 엄금』은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모큐멘터리 호러 소설입니다. 모큐멘터리(Mockumentary)란, 다큐멘터리처럼 실제처럼 보이게 연출한 허구의 이야기를 말합니다. 영화에서는 관객이 "이게 진짜일 수도 있다"는 감각 때문에 더 무섭게 느끼도록 설계하는 장르 기법입니다. 이 소설은 그 감각을 종이책 위에 구현하려 했습니다.

작가 치넨 미키토는 소설가 겸 현직 내과 전문의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일본 서점대상에 다섯 번이나 후보에 오른 중견 작가로, 2021년 『유리탑의 살인』으로 일본 장르문학의 거장 시마다 소지의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출처: 교보문고 도서 소개). 그가 이번에 선택한 형식이 바로 핸드폰 사이즈의 책이었습니다.

책의 오른쪽 페이지는 전부 SNS 게시물, 지도 화면, 문자 대화, 사진 캡처 같은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이미지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것은 영화 장르에서 말하는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기법과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 파운드 푸티지란, 극 중 인물이 직접 촬영하거나 남긴 영상·기록물이 발견된 것처럼 연출하는 방식으로, 『블레어 위치』나 『REC』 같은 작품이 대표적입니다. 쉽게 말해 "카메라가 기록한 현장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방식인데, 이 소설은 그걸 핸드폰 화면으로 치환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제가 직접 읽어봤는데, 이 형식이 주는 불쾌한 낯섦이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특히 이북으로 읽었을 때는 진짜 남의 핸드폰을 몰래 들여다보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습니다. 종이책과 이북이 다른 몰입감을 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형식 실험으로서는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 모큐멘터리 호러: 실제처럼 보이도록 연출된 허구 이야기로, 현실감이 공포를 증폭시키는 장르 기법
  • 파운드 푸티지: 극 중 인물이 남긴 기록물을 발견한 것처럼 연출하는 방식. 자세한 설명 없이 현장감만 전달
  • 핸드폰 사이즈(가로 8.6×세로 16.5cm): 독서 경험 자체가 스마트폰 화면 스와이프를 흉내 내도록 설계
  • 일본 서점대상 5회 후보, 시마다 소지 극찬: 치넨 미키토의 장르 문학 내 위치를 보여주는 수치
요약: 『스와이프 엄금』은 모큐멘터리와 파운드 푸티지 기법을 종이책에 이식한 실험작으로, 형식 자체가 공포의 도구가 된다.

 

짧은 분량과 개연성 사이, 어디까지 기대할 수 있나

이 책이 짧다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저는 한 시간 남짓이면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짧은 분량이 몰입에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동시에 이게 이야기의 한계로도 작동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메키라는 괴물의 정체나 '도메키의 동네'를 둘러싼 배경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연성을 중시하는 독자라면 아쉬움을 느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점을 어떻게 볼 것이냐가 바로 이 책의 핵심 질문입니다. 파운드 푸티지 장르는 구조적으로 설명을 거부합니다. 발견된 기록물에는 맥락이 없고, 보는 사람이 스스로 채워 넣어야 합니다. 그걸 "불친절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것이 오히려 공포의 여백을 만든다고 봤습니다.

마지막 반전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릴 수 있습니다. 저는 읽는 내내 이 핸드폰의 주인이 누구인가, 도메키가 실재하는가를 계속 추적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서 문득 "혹시 내 핸드폰이었나?" 하는 감각이 남았습니다. 사적인 기록이 담긴 핸드폰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 그 반전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과도하게 놀라운 수준은 아니지만, 미스터리 작가다운 깔끔한 마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문화청은 독서 습관 저하를 국가적 과제로 지적하며 "읽지 않는 세대"에 대한 대응을 고민해왔는데(출처: 일본 문화청 공식 사이트), 이 책의 형식 실험은 그런 맥락에서도 읽힙니다. 책이 낯선 독자도 핸드폰을 스와이프하는 감각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설계, 저는 이것이 이 작품이 가진 가장 정직한 야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더 즐거운가

제 경험상, 이 책은 "소설"이 아닌 "기록물"로 접근할 때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설명을 기대하지 말고, 누군가의 핸드폰 속 파일을 우연히 발견해서 열어보는 감각으로 읽는 것이 좋습니다. 이북 형식이 특히 그 감각에 유리했고, 저는 이북으로 읽었을 때 몰입도가 눈에 띄게 달랐습니다. 개연성보다 현장감에 방점을 두는 독자라면, 이 실험의 완성도를 더 높이 평가하게 될 것 같습니다.

요약: 짧은 분량과 설명의 부재는 단점이 아니라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문법이며, 이를 수용하는 태도로 읽을 때 이 책의 실험이 제대로 작동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와이프 엄금, 무섭나요? 호러 약한 사람도 읽을 수 있나요?

A. 잔인한 묘사나 극단적인 공포 장면이 중심인 작품은 아닙니다. 모큐멘터리 호러 특유의 "이게 진짜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주된 공포 요소입니다. 큰 무리 없이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 종이책이랑 이북이랑 어떤 게 더 좋아요?

A. 이북이 더 몰입감이 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종이책은 핸드폰 사이즈라는 형태 자체의 신선함이 있고, 이북은 실제 화면에서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이미지를 보는 느낌이 더 직접적으로 옵니다. 어떤 형식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입니다.

 

Q. 치넨 미키토 다른 작품도 비슷한가요?

A. 치넨 미키토는 미스터리, 판타지, 로맨스, 힐링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작가입니다. 『스와이프 엄금』은 그 중에서도 형식 실험 면에서 가장 파격적인 작품이라고 보입니다. 본격 미스터리를 원한다면 『유리탑의 살인』이, 가볍고 따뜻한 작품을 원한다면 『상냥한 저승사자를 기르는 법』이 더 맞을 수 있습니다.

 

Q. 반전이 실망스럽다는 말도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A. 반전이 강렬하길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문법 안에서 본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반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연성이나 극적 반전보다는 읽는 내내 쌓인 불안감을 조용히 완성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대치 조절이 감상에 꽤 영향을 줍니다.

 

결론

정리하면, 『스와이프 엄금』은 완벽한 호러 소설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이라는 형식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를 실험하는 작품으로서는 꽤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저는 읽고 난 뒤 한동안 제 핸드폰 화면을 보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게 이 책의 진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연성을 중시하거나 묵직한 스토리를 원한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현대적인 감각의 공포 실험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책은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합니다. 치넨 미키토의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유리탑의 살인』을 먼저 읽어보시는 것도 좋은 순서라고 봅니다.

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9926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