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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숲-전건우

숲은 힐링의 공간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전건우의 신작 《어두운 숲》을 읽고 나서, 저는 숲에 대한 그 통념을 완전히 뒤집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산과 숲은 한국인에게 친숙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소설 속 '어두운 숲'은 랜턴 하나로도 밝힐 수 없는 어둠이 도사리는 곳입니다. 전작 《어두운 물》을 재밌게 읽었던 터라 주저 없이 집어 들었습니다.



고스트 투어, 왜 굳이 거기를 가는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설마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겠어'라고 생각합니다. 공포 영화를 볼 때도, 귀신 나온다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도, 그 죽음과 공포는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죠.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도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 주인공 민시현이 고스트 투어에 참여하는 장면에서, 독자인 저도 모르게 "거기 왜 가요"라고 책에 대고 말리고 싶었을 정도였으니까요.주인공 민시현은 영적인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오컬트 마니아인 친구 이선미를 따라 고스트 투어에 합류하게 됩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어두운 숲'은 인터넷에서 '한국의 아오키가하라'로 불리는 곳입니다. 빨래숲이라고도 불립니다. 아오키가하라란 일본 후지산 인근에 위치한 숲으로, 자살 명소로 악명 높아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장소입니다. 소설 속 어두운 숲 역시 그에 버금가는 사건 사고와 괴담이 반복되는 미스터리한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강원도 산마루 중간, 전나무 수천 그루가 빽빽하게 들어서 낮에도 햇빛이 들지 않는다는 묘사는, 읽는 내내 실제로 그 숲속에 갇힌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거기에 살기맥(殺氣脈)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살기맥이란 죽음의 기운이 집중되어 쌓이는 지점을 가리키는 무속 용어로, 이 기운이 겹치면 귀문(鬼門)이 열린다고 합니다. 귀문이란 쉽게 말해 저승과 이승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통로로, 온갖 원혼이 드나드는 틈새를 의미합니다. 소설은 이 개념을 서사의 중심축으로 삼아 공포의 근원을 설명합니다.

  • 고스트 투어: 유명 심령 스폿을 팀을 이뤄 탐방하는 체험형 투어
  • 아오키가하라: 일본 후지산 인근 자살 명소로 알려진 숲, 소설 속 어두운 숲의 모티프
  • 살기맥·귀문: 죽음의 기운이 쌓여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열리는 지점을 뜻하는 무속 개념
요약: 어두운 숲은 '나는 괜찮겠지'라는 인간의 안이함이 어떻게 공포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무대다.

 

클로즈드 서클 속 사이코메트리, 이 조합이 통하는 이유

제가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장르적 설계입니다. 일반적으로 한국 공포소설은 으스스한 분위기 조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작품은 클로즈드 서클(Closed Circle) 형식의 미스터리에 호러를 접목합니다. 클로즈드 서클이란 외부와 단절된 밀폐 공간에 인물들을 가둬놓고 사건을 풀어가는 서사 구조를 말합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소설에서도 같은 구조가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핵심 장치는 사이코메트리입니다. 사이코메트리란 물체를 손으로 접촉했을 때 그 물건과 연결된 과거의 기억이나 감정, 심상이 초감각적으로 전달된다는 초자연적 능력을 가리킵니다. 민시현이 숲에서 우연히 주운 맥가이버칼을 통해 이 능력을 체험하면서 이야기는 급격히 어두워집니다. 그 칼의 주인이 이미 산 자가 아니라는 사실, 즉 현재 투어에 참여한 일행 중 누군가가 이미 죽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소설은 두 가지 가능성을 독자 앞에 던집니다. 누군가가 죽은 이의 물건을 들고 있거나, 아니면 그 누군가가 칼의 주인을 직접 죽였거나. 이 구도가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의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립니다. 핸드폰도 잘 터지지 않는 숲속에서, 일행 중 귀신이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번져가는 심리 묘사는 섬세하고 빠릅니다. 제가 직접 읽어봤는데, 중간중간 걸려오는 기이한 전화 소리와 폰 너머의 웃음소리 장면은 그 소리가 직접 들리는 듯한 착각을 줍니다.

강령술도 빠질 수 없습니다. 강령술이란 죽은 자의 영혼을 현세로 불러내는 의식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컬트 문화에서 오래된 개념입니다. 소설 속 사이비 집단은 이 강령술을 실제로 행한 흔적을 숲에 남겨놓고, 고스트 투어는 그 제물을 유인하기 위한 미끼였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클로즈드 서클과 초능력의 결합, 그리고 강령술이 독자의 몰입감을 높이고 있습니다.(출처: 국립중앙도서관 문학 장르 연구 아카이브).

요약: 클로즈드 서클 + 사이코메트리의 조합이 단순 귀신 이야기를 넘어 심리 미스터리의 영역으로 공포를 끌어올린다.

 

인간의 오만함이 불러온 것, 그리고 열린 결말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며 내내 불편했던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사이비 집단의 오만함입니다. 그들은 강령술로 악령을 소환하면서도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인간이 감지조차 할 수 없는 영적 존재를 자신들의 의지로 다룰 수 있다는 믿음. 그 설정이 서양 오컬트 영화, 예컨대 《컨저링》 시리즈의 악마 소환 구도와 유사하다고 느껴졌고, 솔직히 그 부분은 다소 서양스럽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건우 작가는 그 오만함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에서 한국적 색채를 되찾습니다. 어두운 숲의 공포는 태초부터 그곳에 뿌리내린 자연신과 인간의 원념(怨念)이 결합하여 생겨난 것으로, 사이비 집단도, 고스트 투어 참여자도 모두 그 앞에서 평등하게 무너집니다. 원념이란 깊은 원한과 집착이 죽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영적 에너지로 남아 현세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말합니다. 숲이 그냥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과 원한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해석은 한국 전통 무속 사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위기의 절정에서 박수무당 윤동욱의 돌아가신 스승인 애기신녀가 민시현에게 빙의하여 사태를 해결합니다. 끝까지 제자를 살피는 스승의 마지막 역할이라는 점에서 감동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렇게 깔끔하게 마무리된다고? 라는 의문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그 석연찮은 마음을 달래준 것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 고스트투어 참가자이자 생존자인 손가영의 통화입니다. 어둠이 걷힌 숲으로 다시 들어서며 흘리는 기괴한 웃음. 인간의 욕망이 또 다른 원념을 빚어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여운은, 오히려 깔끔한 결말보다 훨씬 더 오래 남았습니다.

요약: 인간의 오만함이 만들어낸 공포는 끝내 인간에게 돌아오고, 열린 결말은 그 순환이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어두운 물》을 안 읽어도 《어두운 숲》을 이해할 수 있나요?

A. 제가 직접 두 작품을 모두 읽어본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전작을 읽지 않아도 《어두운 숲》 단독으로 읽는 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다만 민시현과 윤동욱, 옥도령이 어떤 인연으로 연결되었는지, 두 사람이 현청강 수귀 사건을 통해 어떤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알고 읽으면 인물 간의 긴장감이 훨씬 입체적으로 느껴집니다. 순서대로 읽는 편을 권합니다.

 

Q. 사이코메트리가 실제로 존재하는 개념인가요?

A. 사이코메트리는 19세기부터 초심리학(Parapsychology) 분야에서 연구 대상이 된 초능력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물체에 남아있는 에너지나 정보를 접촉을 통해 감지한다는 주장인데, 과학적으로 검증된 현상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초능력은 허구로 분류되지만, 공포 소설의 장치로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효과적인 소재임은 분명합니다.

 

Q. 전건우 작가가 K-공포소설계의 스티븐 킹이라는 평가, 실제로 느껴지나요?

A. 제 경험상 그 비유는 절반쯤 맞습니다. 생생한 묘사와 빠른 전개, 심리 묘사의 정교함은 스티븐 킹과 비견할 만합니다. 다만 스티븐 킹이 인물의 내면을 장시간 파고드는 방식이라면, 전건우는 속도를 잃지 않으면서 공포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비슷하다기보다는 한국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장르 소설가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Q. 소설 속 고스트 투어, 실제로 한국에 있는 건가요?

A. 국내에도 유명 심령 스폿을 체험하는 형태의 투어 프로그램이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투어는 단순한 체험 관광으로 알려져 있지만, 소설은 그 이면에 얼마나 위험한 의도가 숨어있을 수 있는지를 극단적으로 상상합니다. 실제 고스트 투어와 소설 속 설정을 혼동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어두운 물》을 읽고 바로 이어서 집어 든 《어두운 숲》,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클로즈드 서클이라는 미스터리 구조 위에 사이코메트리, 강령술, 귀문이라는 한국적 무속 개념을 올린 조합이 생각보다 훨씬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서양 오컬트 영화와 닮았다는 아쉬움이 일부 있었지만, 자연신과 원념의 결합이라는 해석에서 한국 공포 특유의 색깔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작가의 말에 담긴 전건우 작가의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재미있게 하는 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문장. 저는 이 말이 결코 얄팍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공포 소설을 읽는 동안만큼은 현실의 근심을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손가영의 마지막 통화가 남긴 여운이 가시지 않은 분이라면, 다음 '어두운' 시리즈를 기다리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8611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