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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평면도를 볼 때 이상한 걸 찾아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네모난 선들이 그려진 종이 한 장에서 공포를 느끼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일본에서 30만 부를 돌파하고 영화화까지 확정된 우케쓰의 소설 《이상한 집》, 제가 읽고 나서 느낀 걸 그대로 풀어보겠습니다.
평면도 한 장이 어떻게 공포가 됐나
2020년, 일본의 정체불명 유튜버 우케쓰가 올린 영상 하나가 조회 수 1,000만 뷰를 돌파했습니다. 전신 검정 타이즈에 흰 가면을 쓴 이 크리에이터는 나이도, 성별도, 거주지도 공개하지 않은 채 오로지 주택 평면도 한 장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구독자 65만 명, 누적 조회 수 7,000만 뷰를 기록한 채널이지만 실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책의 표지 평면도를 봤을 때는 솔직히 평범해 보였습니다. 이사를 앞두고 집 도면을 확인할 때처럼, 그냥 방이 몇 개구나 하고 지나치려 했거든요. 그런데 소설을 읽어가며 어디에도 연결되지 않는 작은 밀실이 하나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여기서 밀실이란 출입문이나 창문이 없어 외부에서는 존재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폐쇄된 공간을 말합니다. 이 발견이 모든 공포의 출발점입니다.
영상을 본 지 10분 만에 일본의 중견 출판사 아스카신샤 편집자가 우케쓰에게 다이렉트 메시지로 출간 제의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건 출간 즉시 2021년 일본 호러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1위, 아마존 재팬 초장기 베스트셀러 등극이라는 결과로 증명됐습니다(출처: 교보문고 도서 상세페이지).
소설은 오컬트 작가인 '나'가 지인에게 평면도를 받아 건축 설계사 구리하라에게 보여 주는 형식으로 시작합니다. 대화 속에서 하나씩 밝혀지는 위화감, 즉 집 전체에서 느껴지는 구조적 불일치감이 독자를 점점 깊이 끌어당깁니다. 위화감이란 표면상으로는 문제없어 보이지만 무언가 어긋났다는 감각, 그 심리적 불쾌감을 의미합니다. 이 위화감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 이 책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 어느 동선과도 이어지지 않는 폐쇄 공간
- 창문이 없는 아이 방
- 손님용인지 알 수 없는 1층 침실
- 이중문 구조로 된 특이한 출입 경로
평면도가 암시하는 것, 그리고 주술 서사의 한계
제가 직접 읽어보니, 전반부는 정말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건축 설계사 구리하라가 평면도를 분석하면서 내놓는 가설, 즉 이 집의 구조가 누군가를 가두기 위해 설계된 것일 수 있다는 추론은 소름이 돋는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영화 <숨바꼭질>을 봤던 기억이 겹치면서,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이 집에 함께 살고 있다는 감각이 실감 나게 느껴졌습니다.
이 소설의 서사 구조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뉩니다. 전반부는 평면도 분석을 통한 추리 전개, 후반부는 그 추리의 배경이 된 카타부치 가문의 주술 서사입니다. 여기서 주술 서사란 특정 가문이 대대로 이어온 의식이나 금기, 그리고 그것을 어겼을 때 발생하는 폭력적 결과를 다루는 이야기 구조를 말합니다.
전반부의 냉정하고 논리적인 추론 방식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왼손 없는 아이를 임신하면 그 아이를 아무도 모르게 살인자로 키운다는 가문의 금기가 등장했을 때는 서사의 온도가 갑자기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카타부치 가문의 왼손 공양이라는 설정은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저도 독서 내내 품고 있었습니다.
아마존 재팬의 독자 서평 중 상당수가 "실화인 줄 알았다"고 밝혔고, 실제로 야후 재팬에는 '이상한 집 실화'가 연관 검색어로 등록돼 있을 정도로 현실감이 높게 평가받습니다(출처: Amazon Japan 독자 리뷰). 그 현실감의 근거는 아마 평면도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후반부의 주술적 동기는 그 현실감을 일부 희석시킨다는 느낌을 제 경우엔 받았습니다.
지금 내가 사는 집은 정말 안전할까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의 평면도를 검색해본 것입니다. 아파트라 다행히 이중 동선이나 밀실 같은 구조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안심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요즘 인테리어 트렌드로 가벽 시공이 유행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넓은 단독 주택이나 빌라에서는 얼마든지 평면도상에 없는 공간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이 책이 현실적으로 상기시켜 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가벽 시공이란 건물의 구조벽이 아닌 임시 칸막이 형태의 벽을 세워 공간을 나누는 인테리어 기법으로, 도면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해 외부인은 물론 집주인도 그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는 공간이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소설이 단순한 오컬트 픽션에 머물지 않고 독자들에게 실제적인 불안감을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제 경험상 느꼈습니다.
에필로그에서 드러나는 요시에 씨의 복수 암시, 즉 이 모든 사건이 카타부치 가문에 대한 아야노 어머니의 오랜 복수였을지도 모른다는 설정은 가문의 폭력이 얼마나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지를 씁쓸하게 보여 줍니다. 이 복수 서사 구조, 즉 세대 간 트라우마가 폭력으로 대물림되는 내러티브는 오컬트 호러 장르에서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이기도 합니다. 클리셰란 장르적으로 반복되어 이미 익숙해진 설정이나 표현을 뜻합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클리셰로만 읽히지 않는 건 평면도라는 독창적인 진입로 덕분이라고 봅니다.
조만간 읽어볼 예정인 2편은 1편과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같은 포맷을 유지하면서 어떤 새로운 공간적 수수께끼를 들고 올지 제 입장에서는 기대가 앞섭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상한 집, 유튜브 영상만 봐도 되나요? 꼭 책을 읽어야 하나요?
A. 영상은 평면도의 위화감을 발견하는 과정까지만 다룹니다. 소설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집이 왜 그렇게 설계됐는지, 그 배경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를 끝까지 추적합니다. 제가 직접 읽어보니 영상과 소설은 아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영상으로 궁금증을 키웠다면 소설로 마무리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Q. 호러 소설 초보자도 읽을 수 있나요? 너무 무섭지는 않나요?
A. 귀신이 나오거나 점프 스케어 같은 자극적 공포는 없습니다. 대화 형식으로 차분하게 진행되는 추리 구조라 공포에 약한 분도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다 읽고 나서 내가 사는 집 평면도가 궁금해지는 종류의 찜찜함은 있을 수 있습니다.
Q. 이상한 집 2편은 1편과 이어지는 내용인가요?
A. 2편은 1편과 연결되지 않는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포맷, 즉 평면도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미스터리 구조는 유지하되 새로운 사건과 인물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1편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2편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합니다.
Q. 영화화가 확정됐다는데, 영화로도 재미있을까요?
A. 영화화가 확정된 건 맞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의 핵심 공포가 평면도를 '직접 들여다보며 추론하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영상 매체로의 전환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책을 먼저 읽고 영화와 비교해보는 순서를 권하고 싶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이상한 집》은 평면도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에서 공포를 끌어내는 방식 하나만으로도 읽을 이유가 충분한 소설입니다. 전반부의 추리 전개는 제가 읽어본 호러 미스터리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흡인력이 있었습니다. 반면 후반부의 주술 서사 부분은 현대 배경과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점에서, 전반부를 기대하고 접근했다면 온도 차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솔직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단순한 오컬트 픽션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다 읽고 나서도 내가 사는 집 구조가 머릿속에 맴돌게 만드는 잔상 때문입니다. 2편도 조만간 읽어볼 생각이고, 우케쓰가 앞으로 어떤 공간을 소재로 새로운 위화감을 만들어낼지 계속 지켜볼 작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