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친구랑 술 한 잔 하다가 "우리가 중세 농노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라는 말을 꺼낸 적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비교할 대상도 없고, 그냥 주어진 대로 살면 오히려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자조 섞인 농담이었습니다. 그런데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다시 펼쳤을 때, 그 농담이 더 이상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아무것도 모르고 행복한 세계'가 실현된 미래를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인간을 공장에서 찍어내는 세계, 소설이 아니라 예언입니다《멋진 신세계》는 1932년에 출간된 소설입니다. 배경은 수백 년 뒤의 미래지만, 헉슬리가 설계한 세계관의 정밀함은 지금 읽어도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제가 처음 이 책을 읽은 건 학창 시절이었는데, 솔직히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가해자가 된다는 상상을 해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장롱면허 소지자입니다. 서울 도심에서 핸들을 잡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히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입니다. 정해연 작가의 소설 『드라이브』는 그 공포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70대 노인 운전자의 차량에 10대 소녀가 목숨을 잃는 사고. 피해자 가족과 가해자 가족, 양쪽 모두의 일상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서늘할 만큼 세밀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고령 운전자 사고, 예외적 사건이 아닙니다일반적으로 교통사고는 '젊은 난폭 운전자'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찾아본 통계는 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교통사고 사망자 4명 중 1명이 고령 운전자가 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