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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3)
멋진 신세계 (디스토피아, 헉슬리, 전체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친구랑 술 한 잔 하다가 "우리가 중세 농노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라는 말을 꺼낸 적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비교할 대상도 없고, 그냥 주어진 대로 살면 오히려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자조 섞인 농담이었습니다. 그런데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다시 펼쳤을 때, 그 농담이 더 이상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아무것도 모르고 행복한 세계'가 실현된 미래를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인간을 공장에서 찍어내는 세계, 소설이 아니라 예언입니다《멋진 신세계》는 1932년에 출간된 소설입니다. 배경은 수백 년 뒤의 미래지만, 헉슬리가 설계한 세계관의 정밀함은 지금 읽어도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제가 처음 이 책을 읽은 건 학창 시절이었는데, 솔직히 ..

카테고리 없음 2026. 10. 2. 07:34
대멸종 (재난소설, SF소설, 디스토피아)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올 여름, 뉴스를 보다 문득 손을 멈춘 적이 있습니다. 또 어딘가에서 폭염 기록이 깨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어렸을 때 과학 상상화에 그렸던 날아다니는 자동차나 해저도시는 어디 갔는지, 막상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답답함이 채 가시기 전에 집어 든 책이 바로 안전가옥 앤솔로지 〈대멸종〉이었습니다.앤솔로지 〈대멸종〉이 담고 있는 것들〈대멸종〉은 2018년 겨울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 다섯 편을 묶은 앤솔로지입니다. 여기서 앤솔로지란 여러 작가의 단편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 출간한 작품집을 뜻합니다. 안전가옥이 이미 〈냉면〉으로 첫 앤솔로지를 선보인 바 있으니 이 책은 두 번째 시도인 셈입니다.수록작 다섯 편은 공통적으로 '한 세계의..

카테고리 없음 2026. 9. 30. 07:30
셸리 숍앤센터 (바디 호러, 한국소설, 타자성)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귀엽다는 감각이 과연 절대적인 것일까요. 제가 어릴 때 장터에서 본 강아지는 뾰족한 주둥이에 아기 늑대 같은 얼굴이었는데, 그게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들여다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설재인의 소설 『셸리 숍앤센터』를 읽고 나서야 그 감각이 얼마나 조건화된 것인지 새삼 의심하게 됐습니다. 버려진 인체 기관들을 이어 붙여 만든 반려동물 '프랑'이라는 설정은, 읽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바디 호러가 불편한 이유바디 호러란 신체의 변형·훼손·해체를 공포의 핵심 기제로 삼는 장르입니다. 여기서 바디 호러란 단순히 내장이 튀어나오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당연하게 여기는 몸의 완전성과 경계가 무너지는 데서 오는 근원적 불안을 자극하는 서사 전략을 뜻..

카테고리 없음 2026. 9. 1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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