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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3)
셸리 숍앤센터 (바디 호러, 한국소설, 타자성)

귀엽다는 감각이 과연 절대적인 것일까요. 제가 어릴 때 장터에서 본 강아지는 뾰족한 주둥이에 아기 늑대 같은 얼굴이었는데, 그게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들여다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설재인의 소설 『셸리 숍앤센터』를 읽고 나서야 그 감각이 얼마나 조건화된 것인지 새삼 의심하게 됐습니다. 버려진 인체 기관들을 이어 붙여 만든 반려동물 '프랑'이라는 설정은, 읽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바디 호러가 불편한 이유바디 호러란 신체의 변형·훼손·해체를 공포의 핵심 기제로 삼는 장르입니다. 여기서 바디 호러란 단순히 내장이 튀어나오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당연하게 여기는 몸의 완전성과 경계가 무너지는 데서 오는 근원적 불안을 자극하는 서사 전략을 뜻합니다.『셸리 숍앤센터』에서 ..

카테고리 없음 2026. 9. 13. 09:52
저주토끼 (공포소설, 옴니버스, 부커상)

화장실에서 물을 내리는데 변기 속에서 누군가 말을 건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이 장면을 읽고 나서 의식적으로 며칠간 변기 뚜껑을 닫아두었습니다. 정보라의 소설집 《저주토끼》는 그런 책입니다.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오른 데다 전 세계 20개국에 번역 계약이 맺어진, 숫자만 보면 화려한 이력이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그 어떤 수식어도 이 책의 기묘함을 온전히 담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부커상 인터내셔널 후보작, 어떤 책인가요?부커상 인터내셔널(Booker International Prize)은 영어권 밖에서 쓰인 소설을 영어로 번역·출판한 작품에 수여하는 상입니다. 쉽게 말해 비영어권 문학이 전 세계 독자와 만나는 가장 권위 있는 관문 중 하나로, 이 후보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세..

카테고리 없음 2026. 8. 30. 09:00
불행소원 (하이틴호러, 심리스릴러)

살면서 한 번쯤은 빌어봤을 겁니다. 남이 시험을 조금 못 봤으면, 저 사람만 아니었으면 하는 그 작고 은밀한 마음. 유은정 감독의 첫 장편소설 《불행소원》은 바로 그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아티스틱 스위밍을 소재로 한 하이틴 웨트 호러로, 저는 읽는 내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계속 묻게 됐습니다.불행소원이란 무엇인가 — 저도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소설 속 '불행소원'의 룰은 단순합니다. 어떤 수영장 물을 그릇에 담을 때 타인의 불행에 대한 소원을 빌고, 그 물을 누군가의 몸이나 물건에 묻히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행복을 비는 건 허락되지 않습니다. 오직 타인의 불행만이 유효합니다.여기서 핵심 개념이 등장합니다. 바로 '웨트 호러(Wet Horror)'입니다. 웨트 호러란 물을 공포..

카테고리 없음 2026. 8. 2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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