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카세트테이프가 무서울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있으십니까? 저는 어렸을 때 자기 전에 영어 소설을 읽어주는 테이프를 틀어놓고 잠을 청하던 아이였습니다. 나른한 남자 성우의 목소리와 위잉 돌아가는 릴 소리가 백색소음이었고, 테이프 한 면이 끝날 때 탁 소리에 살짝 눈이 떠지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전건우 작가의 신작 『믹스테이프』를 읽으면서 그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만약에 익숙한 그 탁 소리 직후에 낯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면, 저는 그날 밤 절대로 잠들지 못했을 겁니다.카세트테이프라는 매체가 왜 공포가 되는가아날로그 매체가 공포 장치로 쓰인 사례는 꽤 있습니다. 그런데 『믹스테이프』가 특별한 건 카세트테이프 특유의 물성, 그러니까 A면과 B면이라는 양면 구조 자체를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숲은 힐링의 공간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전건우의 신작 《어두운 숲》을 읽고 나서, 저는 숲에 대한 그 통념을 완전히 뒤집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산과 숲은 한국인에게 친숙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소설 속 '어두운 숲'은 랜턴 하나로도 밝힐 수 없는 어둠이 도사리는 곳입니다. 전작 《어두운 물》을 재밌게 읽었던 터라 주저 없이 집어 들었습니다.고스트 투어, 왜 굳이 거기를 가는가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설마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겠어'라고 생각합니다. 공포 영화를 볼 때도, 귀신 나온다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도, 그 죽음과 공포는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죠.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도 바로 그 지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