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는 감각이 과연 절대적인 것일까요. 제가 어릴 때 장터에서 본 강아지는 뾰족한 주둥이에 아기 늑대 같은 얼굴이었는데, 그게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들여다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설재인의 소설 『셸리 숍앤센터』를 읽고 나서야 그 감각이 얼마나 조건화된 것인지 새삼 의심하게 됐습니다. 버려진 인체 기관들을 이어 붙여 만든 반려동물 '프랑'이라는 설정은, 읽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바디 호러가 불편한 이유바디 호러란 신체의 변형·훼손·해체를 공포의 핵심 기제로 삼는 장르입니다. 여기서 바디 호러란 단순히 내장이 튀어나오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당연하게 여기는 몸의 완전성과 경계가 무너지는 데서 오는 근원적 불안을 자극하는 서사 전략을 뜻합니다.『셸리 숍앤센터』에서 ..
괴물이라고 부르는 쪽이 실은 괴물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리처드 매드슨의 1954년작 『나는 전설이다』를 다 읽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공포가 아니라 당혹감이었습니다.흡혈귀 소설인데 진짜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학생 때 심리학 수업에서 직접 진행해 본 실험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발목 높이쯤에 보이지 않는 실이 있는 것처럼 발을 살짝 들어 넘기는 동작을 먼저 하면, 뒤따라 내리는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똑같이 발을 들어 넘기는지를 확인하는 거였습니다. 결과는 꽤 선명했습니다. 대다수가 따라 했고, 오히려 따라 하지 않은 사람이 어색해 보일 지경이었습니다.이 경험이 『나는 전설이다』를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로버트 네빌은 핵전쟁과 세균 전쟁 이후 인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