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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 (5)
지옥에서의 짧은 체류 (희망고문, 무한도서관, 호러소설)

매주 로또를 삽니다. 당첨 확률이 814만 분의 1이라는 걸 알면서도 손이 갑니다. 가능성이 0%가 아니라는 것,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 포기가 안 됩니다. 『지옥에서의 짧은 체류』를 읽으면서 그 기분이 떠올랐습니다. 이 소설의 지옥은 불도 없고 고통도 없습니다. 대신 탈출구가 딱 하나 있고, 그 가능성이 0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희망고문: 가능성이 0이 아닐 때 더 잔인한 이유이 소설의 지옥 탈출 조건은 단순합니다. 우주 규모의 도서관 어딘가에 꽂혀 있는, 내 인생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기록한 단 한 권의 책을 찾아 반납 슬롯에 넣으면 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 도서관이 '무한'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무한이란 끝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뜻하는데, 이 도서관은 그렇지 않습니다. 끝이..

카테고리 없음 2026. 9. 14. 21:12
나는 전설이다 (SF 소설, 공포 소설, 다수와 소수)

괴물이라고 부르는 쪽이 실은 괴물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리처드 매드슨의 1954년작 『나는 전설이다』를 다 읽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공포가 아니라 당혹감이었습니다.흡혈귀 소설인데 진짜 무서운 건 따로 있었다학생 때 심리학 수업에서 직접 진행해 본 실험이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발목 높이쯤에 보이지 않는 실이 있는 것처럼 발을 살짝 들어 넘기는 동작을 먼저 하면, 뒤따라 내리는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똑같이 발을 들어 넘기는지를 확인하는 거였습니다. 결과는 꽤 선명했습니다. 대다수가 따라 했고, 오히려 따라 하지 않은 사람이 어색해 보일 지경이었습니다.이 경험이 『나는 전설이다』를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로버트 네빌은 핵전쟁과 세균 전쟁 이후 인류가..

카테고리 없음 2026. 9. 9. 18:48
어두운 숲 (고스트 투어, 오컬트 소설)

숲은 힐링의 공간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전건우의 신작 《어두운 숲》을 읽고 나서, 저는 숲에 대한 그 통념을 완전히 뒤집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산과 숲은 한국인에게 친숙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소설 속 '어두운 숲'은 랜턴 하나로도 밝힐 수 없는 어둠이 도사리는 곳입니다. 전작 《어두운 물》을 재밌게 읽었던 터라 주저 없이 집어 들었습니다.고스트 투어, 왜 굳이 거기를 가는가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설마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겠어'라고 생각합니다. 공포 영화를 볼 때도, 귀신 나온다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도, 그 죽음과 공포는 어디까지나 '남의 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죠.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도 바로 그 지점이었습니다. 주인공 민시현이 고..

카테고리 없음 2026. 8. 30. 07:02
굿나이트메어 (디지털치료제, 심리스릴러, 반전결말)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어디서부터가 꿈이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거든요. 전건우 작가의 신작 《굿나이트메어》는 디지털 치료제(DTx)라는 현실 속 기술을 배경으로, 치료와 공포의 경계가 얼마나 얇은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유령도, 살인마도 없는데 읽는 내내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디지털 치료제, 이게 정말 치료일까요?소설을 읽기 전에 디지털 치료제(DTx, Digital Therapeutics)라는 개념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여기서 DTx란 소프트웨어·앱·콘텐츠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디지털 기반 의료 행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알약 대신 앱이 처방되는 시대가 이미 열리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 FDA는 201..

카테고리 없음 2026. 8. 25. 21:11
흉담(오컬트 소설, 저주의 구조)

저주 전파 — 행운의 편지와 흉담의 구조제가 초등학생 때 행운의 편지라는 게 유행했습니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로 시작하는 그 편지는 일주일 안에 7명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불행이 찾아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받는 순간 이미 불편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결국 친구들에게 넘기게 되는 구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저주의 기본 작동 방식이었습니다.《흉담》의 핵심 설정도 동일한 논리 위에 서 있습니다. 자정까지 두 사람에게 흉담을 전달하지 않으면 악귀가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저주의 전파 메커니즘입니다. 메커니즘(mechanism)이란 어떤 현상이 작동하는 구체적인 원리를 뜻하는데, 흉담의 경우 두려움 자체가 전파를 유도하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무서우면 퍼뜨리고 싶어지고..

카테고리 없음 2026. 8. 2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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